7년차 활동가에서 전업맘이 되기까지

글쓴이 - 탱커레이

 

나는 계약직 활동가였다. 어느 국제개발협력 NGO에서의 1년 계약 인턴을 시작으로 연 단위로 계약하는 활동가가 되었다. 개발협력분야에서 프로젝트성 연 단위 근로 체결이 만연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그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이해’했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일을 함에 있어 근로 계약의 종류는 중요치 않다 여겼다. 그게 독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내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개발 NGO의 활동가로 일하며 누구나 그렇듯 가지는 꿈과 희망을 품었고 현실에 좌절도 했지만 내 일을 사랑했다. NGO에서 일한다고 하면 으레 듣는 좋은 일 하는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사기업에서 하기 싫은 일을 참으며 하는 것보다는 돈은 덜 벌더라도 스스로에게 뿌듯한 일을 하고자 했다. 친구들은 연차가 쌓이며 직급이 올라가고 적금을 얼마 부었네 해도 다른 세상의 이야기려니 계속 계약직에 머물러 있는 나에게 한 치의 부끄러움도 가지지 않았다. 그만큼 나의 일에 자부심이 있었다. 

 

재계약-이직-계약-재계약을 반복하며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30대를 바라보고 있을 그 시점 결혼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계획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아이는 당혹스러웠다.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하지? 아이 낳고 나서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때서야 나는 내가 계약직인 것에 불안해졌다. 회사에 아이를 가진 것을 말할 수 없었다. 아이는 축복이라는데 나에겐 불행처럼 느껴졌다. 일과 관련된 주변 사람들에게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사업에 배제되거나 배려라는 이름으로 차별을 받는 것이 싫었다. (그때의 나는 지독히도 좁은 식견으로 형식적 평등에 치우쳐 임신한 나와 임신을 하지 않았던 나의 ‘차이’를 ‘차별’로 느꼈다)

 

임신 초기에 밤을 새워 결과보고서 작성과 정산을 마무리했고 아이 가진 것을 티 내지 않으려 무거운 짐도 옮겼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불쌍하고 애처롭기 그지없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애를 썼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계약 종료일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예년과 같다면 으레 재계약을 했던 터라 재계약이 되지 않을 것이란 걱정은 하지 않았다. 걱정이 있다면 재계약 시점으로부터 몇 개월 후에는 아이를 낳아야 하고 출산 후 바로 복직은 어려울 텐데 계약직도 출산휴가가 가능할지, 일의 분배를 어떻게 해야 하나였다. (그 당시에는 몰랐고 내가 가진 마땅한 권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계약직도 출산 전후 휴가를 90일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동안에) 재계약 논의를 앞두고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재계약을 원한다는 의사 또한 밝혔다.  

 

몇 주 후 재계약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나는 자신을 끔찍하게 몰아붙이고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업무능력 부족”

 

그것이 나의 재계약 불가 사유였다. 세상에 있는 온갖 원망의 말을 자신에게 쏟아부었고 온몸이 무력감으로 휩싸였다.  

 

어느 날인가 한 사기업에서 육아휴직자를 해고한 뉴스를 보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그녀의 해고 사유는 “업무능력 부족”이었다. NGO는 왜 다를 거라 생각했을까? 나는 그렇게 7년 차 활동가에서 전업맘이 되었다. 

 

출처: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