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활동가는 착한가?

아니요.  

자, 이제 할 말은 끝났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겠다. 국제개발의 첫 시작은 대체로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된다. 누군가는 2차세계대전 이후의 전후복구를 꼽기도 하고, 어떤 이는 제국주의의 연장선 혹은 속죄 의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는 1961년 OECD DAC(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가 출범되며 하나의 선언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양평해장국의 원조도 가리지 못하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국제 개발의 시작이 정확이 언제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일말의 권위도 없는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스스로 생각건대 국제개발은 나침반과 지도의 발명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또 나침반과 지도의 시작은 언제인지 따져봐야겠지만, 적어도 인간이 작정하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게 된순간부터 국제개발의 역사는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여기'가 아닌 '저기'에서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며 사람들은 더 큰 세상을 만들어가고, 그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물론 이는 한 끗 차이로 침략이 되어버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문명의 번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엎치락뒤치락하는 혼잡 속에서 비단 국제개발뿐만 아니라 우리는 우리의 행동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개발 현장에 있다 보면 이 생소한 직업에 관해서 설명하는 것도 때로는 지치지만 그 과정 뒤에 결국 따라오는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말은 좀 더 나를 맥빠지게 만든다. 무단횡단하면서 도로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가는 게 우리 ‘사람’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딱 잘라서 단면적으로 좋은 일, 나쁜 일 구분 지으면서 살 수 있겠는가. 너무나 인자한 눈빛으로 그윽하게 나를 쳐다보는 게 때로는 부담스러워서 “그냥 밥벌이에요” 라고 말하기 일쑤지만, 개발을 하려다가 개발새발이 되기도 하는 이 일에 나는 그 어떤 말도 섣불리 덧붙일 수가 없다.

 

특정 직업에만 사명감을 부여하고 도덕적 선을 요구할 필요가 있을까.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지옥행 특급 열차라도 예약해둔 걸까. 수많은 종교인들이 함께하는 이 현장에 그럴 리는 만무하고 – 때로는 우리는 지나치게 선의에 많은 의미를 붙이려는 것은 아닐까. 세상은 사소한 친절과 관심으로도 충분히 제 기능을 할 수 있고 반드시 선의에 의해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우월감을 가질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확대해석 당할 이유도 없다. 때로는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그래서 이 세상도 알 수 없으니까. 우리가 모두 빈곤 문제에 매달려도 답을 쉽게 찾지 못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가 아닐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고 하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음악에 춤을 춘다. 일련의 활동들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응원과 격려를 건네주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나는 특정 몇 명의 선의로만 이루어진 세상을 꿈꾸지는 않는다. 국제개발활동가는 착한가? 아니요. 그럼 나쁜가? 아니요. 그렇다면? 나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번 묻고 싶다. 그게 중요한가?

 

- 조용석 (국제개발새발활동가)